과학자들은 지난 60년간 체내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쓸 수 있게 하는 효소가 부족하면 지방이 쌓여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여겼다. 이같은 지방 대사 관련 60년간 이어진 이론의 토대를 흔들만한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지방분해 효소가 결핍되면 오히려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비만 및 비만 관련 합병증을 개선하는 전략을 찾는 데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다.

도미니크 랭긴 프랑스 툴루즈대 영양학과 교수 연구팀은 '호르몬 민감 지질분해효소'(HSL)가 기존에 알려진 ‘지질 방울’ 표면뿐 아니라 지방세포 핵에도 존재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연구결과를 23일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발표했다.

우리 몸에 에너지가 필요할 때 HSL은 지방세포인 ‘아디포사이트’에 저장된 지방이 에너지로 쓰이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HSL은 지질 방울이라는 작은 세포기관의 표면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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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포사이트에서 지방은 지질 방울 형태로 축적돼있다. 공복 상태처럼 에너지가 필요할 때 HSL이 지질 방울을 빼내 다양한 장기에 연료로 공급한다. 에너지가 필요할 때 HSL이 지방을 꺼내 쓰도록 만드는 스위치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HSL이 활성화되도록 만드는 건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이다.

HSL이 결핍된 사람은 지질 방울을 꺼내 쓰지 못하기 때문에 아디포사이트에 지방이 계속 축적되고 살이 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 60년간 HSL이 없는 사람은 비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연구팀이 HSL 결핍이 있는 쥐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HSL 결핍이 비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지방이영양증’이 나타난다는 점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