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있슴] 장재현 감독이 말하는 영화 사바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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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나 작성일22-04-02 00:04 조회82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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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내놓은 뒤 '검은사제들'로 상업영화에 데뷔했다. 둘 다 오컬트였다. 4년만에 선보이는 '사바하'도 오컬트 영향이 짙다. 20일 개봉한 '사바하'는 사슴동산이란 수상한 종교단체를 쫓던 종교 문제 연구소 목사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오컬트와 미스터리 스릴러가 날줄과 씨줄로 엮인 작품이다. 장재현 감독은 왜 신과 인간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할까. 그의 긴 이야기를 옮긴다. 이 인터뷰는 결말에 대한 결정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왜 '사바하'를 만들었나.
▶'검은사제들'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구상했다. '검은사제들'은 더 무섭게 만들고 싶단 생각이 있었다. 클래식한 엑소시즘 영화를 하고 싶었다. 난 기독교 성경에서 예수님 탄생을 앞두고 헤롯왕과 동방박사 이야기가 가장 시네마틱하다고 생각한다. 왕의 탄생을 예언하고, 그러자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는 모든 아기를 죽인다는 이야기. 언젠가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검은사제들' 때 불교와 관련해 조사한 것들과 성경 속 이 이야기를 합쳐서 구상했다.
-그래서 '사바하'에 그 모티프가 짙게 담겨 있는 것인가.
▶그렇다. 예언과 유아살해 모티프를 불교, 그리고 티베트 불교와 결합시켰다. 실제로 티베트불교에 네충 사원의 꾸텐이란 유명한 예언가가 있다. 이 사람이 동방박사처럼 예언을 하고, 헤롯이 김제석이고, 박정민 등이 맡은 사천왕이 로마 병사들이라고 생각했다.
-일본만화 '공작왕'처럼 밀교 영향도 짙은 것 같은데. 전작에선 가톨릭 구마사제를 주인공으로 삼아 악마와 싸우게 하더니 '사바하'에선 이단과 사이비를 쫓는 개신교 목사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불교 색채를 띤 영화를 만든 까닭은.
▶난 '공작왕'을 보고 자란 세대다. 거기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단과 사이비를 쫓는 목사를 주인공으로 삼은 건, 탁지원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영감을 받았다. 1994년 피살된 고 탁명환 소장님의 아드님이다. 내가 감리교단인 꿈이 있는 교회를 다니는데 그곳에 탁지원 소장이 강연을 온 적이 있다. 하는 일이 재밌고 영화적이라고 느꼈다. '사바하'처럼 종교단체에 언더커버로 잠입하기도 하고, 그걸 쫓는 직업이 궁금했다. 이단과 사이비를 내가 가늠할 깜냥은 안되고, 그걸 다룰 생각도 없다. 다만 그런 직업과 일에 궁금증이 일어서 종교문제연구소장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돈 밝히는 듯한 캐릭터로 묘사한 건 그냥 영화적인 설정이다.
-'사바하'는 이정재가 맡은 박목사를 통해 "신이여, 어디 계시나이까?"란 탄식을 하는 동시에 신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이는 영화기도 한데. 영화 속에선 박 목사가 친구의 이야기를 빌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도 나오고.
▶26~27살 때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NGO단체에서 일한 적이 있다. 유학을 갈까, 뭘 할까 고민하다가 NGO에 인터뷰를 해서 그곳에서 일을 했다. 거기서 한 선교사님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다. 자기 친구가 남아공에 선교사로 갔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지원해주던 아이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신에 대한 원망이랄까, 탄식이랄까, 부조리랄까, 그런 걸 느꼈다. 그런 화두랄까, 테마를 박 목사에게 주고 싶었다.
-왜 담배 피고 돈 밝히고 외제차 타고 다니는 목사인가.
▶실제 그런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런 모습이 인간답다고 생각했다. 무당도 굿할 때 에어맥스 신고 한다. 탁 소장님도 타 종교에 구애받지 않기도 하고. 종교와 관련해 보수적인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다.
-'사바하'는 오컬트와 미스터리, 엑소시즘이 결부됐는데. 그렇게 만들다 보니 하나의 장르적인 쾌감은 덜한 대신 오컬트를 쫓는 미스터리극 같은 형식이 됐는데.
▶난 '사바하'가 미스터리 정공법이라고 생각한다. 오컬트는 양념이고. 오컬트적인 미스터리극이라고 할까.
-처음부터 '그것'이 등장하는데. 미륵이 맥거핀인가. 미륵이라면 김제석과 그것이 운명을 같이 할 리는 없을테고.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고 전체 서사가 도드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편협하게 해석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메인 캐릭터 전부를 이야기 속에 뭍어놓으려 했다. 박 목사가 악과 싸우기보다는 관찰자로서 관객들에게 감정을 넘겨주는 게 목표였다.
-'사바하'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같은 시리즈물이라고 한다면 "주여, 어디 계시나이까"로 시작한 박 목사 서사의 출발점 같은 느낌인데.
▶시리즈라는 생각은 있다. 그래서 '사바하'는 박 목사 시리즈에서 나한이 주인공인 에피소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한의 서사에 감정 이입이 쉽지 않은데.
▶편집을 많이 했다. 세 메인 캐릭터의 서사에 어느 누구에게도 힘을 싣지 않으려 했다. 그래야 전체 서사가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적인 개연성을 지키면서 장르적인 쾌감을 주려다 보니 나한과 금화 분량 편집을 많이 했다.
-영화 속에서 상당히 친절하게 설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장르가 낯선 관객들은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기도 하던데.
▶그래서 설명하는 장면을 공들여 찍었다. 편집 안되려고.
-티베트 불교 예언가인 네충텐파 역으로 출연한 일본배우 타나카 민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타나카민은 한국에는 '메종 드 히미코'로 잘 알려진 일본배우다. 정말 캐스팅에 공을 많이 들였다. 수많은 자료를 찾았다. 촬영 2주전에 캐스팅이 확정됐다. 타나카민은 할리우드 영화도 자신과 사상이 일치해야 출연한다고 하더라. '사바하'의 대사가 너무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원래 티베트말로 하는 대사들이 있었는데 분위기가 잘 안 살아서 영어 대사로 만들었다. 대신 일본식 영어 발음이 나오면 안됐기에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영화 속에서 눈 덮인 산길 도로를 지나 김제석을 찾아 가는 장면은 '곡성' 오마주인가. 황정민이 첫 등장하는 산악 도로.
▶아니다. '샤이닝' 첫 장면처럼 찍고 싶었다. 하얀색 설원에 검은 색 도로가 도드라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예고편에서 일찌감치 공개했듯이 김제석은 육손이다. 손가락이 좌우 여섯개씩, 열두개인데.
▶12지라는 상징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여섯은 불교에선 완결을 뜻한다. 신이거나 악이거나.
-영생을 추구한 김제석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대체로 종교의 창시자는 처음에는 선의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 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욕망에 의해 타락해서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을 담으려 했다.
-등장에 비해 퇴장은 다소 허무한데.
▶항마와 관련해 여러 서적들을 참고했다. '검은 사제들'에선 악마가 사자형이다. 그래서 물로 없애는 방식을 썼다. '사바하'에선 뱀 형이다. 뱀은 호마법이라고 불로 없앤다. 그런 설정을 담으려 했다.
-김제석이란 이름은 제석천에서 따온 이름인가.
▶그렇다. 사천왕이 지키는 중심의 존재에서 따왔다.
-그것이 박정민과 만날 때 가부좌를 틀고 손가락으로 보여주는 수인이 계속 바뀌는데. 마지막은 항마촉지인이고.
▶그렇다. 지혜를 상징하는 지권인으로 시작해서 눈을 밝히라는 시무외인으로 갔다가 모든 마를 굴복시키는 항마촉지인으로 마무리했다. 이재인에게 각각의 뜻을 엄청 설명했다.
-'검은사제들' 박소담에 이어 '사바하'에선 이재인을 눈썹을 다 밀고 삭발까지 시켰는데.
▶부담이 있었다. 누구는 삭발 패티쉬가 있냐는 소리도 하더라. 어떤 외모로 갈지 고민을 많이 했다. 너무 외모가 도드라지면 그것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깐. 원래는 다른 배우를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재인이 쌍둥이란 설정이니 처음부터 1인 2역이라고 생각했다며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더라. 마지막에 머리와 눈썹을 밀고 찍었다.
-이재인은 매우 좋던데. 어떻게 뽑았나.
▶오디션을 많이 봤다. 목소리가 너무 좋고 분위기가 묘했다. 영화 색과 딱 맞다고 생각했다.
-그 장면에서 CG 같은 느낌이 나긴 하던데.
▶일단 너무 추워서 배우가 많이 떨었다. 그래서 보정을 하는 한편 몸을 느리게 보여주고 싶어서 CG를 입혔다.
-왜 박 목사에 이정재였나.
▶'사바하'가 지방색이 강한데 그런 점에서 이정재가 주는 모던한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최근 작품들 속에선 이정재가 무거운 역할을 많이 맡았지만 난 '태양은 없다' 같은 초반 작품 속 이정재 모습이 좋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는 박 목사를 빌 머레이로 생각하며 썼다. 그러다가 마무리를 할 때쯤 '대립군'을 봤는데 그속에서 이정재를 보며 박 목사에 맡겠다고 생각했다.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이 맡았던 최부제도 그렇고, '사바하'의 박목사도 그렇고 장재현 감독이 추구하는 어떤 주인공의 톤이 있는 것 같은데.
▶둘 다 내 모습이 많이 투영돼 있다. '사바하'에서 구글을 구선생이라고 하는 그런 유머. 거기에 성장할 여지가 있는 캐릭터.
-'사바하'가 출발점이라면 박 목사 캐릭터는 분명 성장의 여지가 있는 캐릭터인데. 자기 이야기를 친구 이야기로 빗대 이야기한 것도 그럴테고.
▶헤롯왕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기 때문이다.
-'사바하'는 붉은 색과 녹색, 검은색과 하얀색 등 원색의 대비가 분명한데.
▶의도한 건 아니다. 불교 탱화가 붉은 색과 녹색 등 원색이 강하다. 그게 탱화의 매력이고. 다만 금화가 사는 곳은 서늘하고 어두운 느낌인 반면 김제석이 사는 곳은 하얗고 따뜻한 느낌이길 바랐다. 흰색의 악 느낌과 검은 색의 절대자 느낌. 선은 아니다.
-김제석이 사는 곳에 코끼리를 등장시킨 건 불교적인 상징을 차용한 것인가.
▶그렇다. 코끼리는 가장 불교적인 동물이다. 코끼리의 눈을 거울 대신 사용한 것이기도 하고.
-왜 81명의 아이들인가.
▶특별한 의미를 담지는 않았다. 81이 종교적인 숫자이기도 하고. 대략 그 지역에서 그해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로 유추했다.
-영화적인 장치로 유지태가 출연하는데.
▶난 반전은 숨겨봐야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지태가 안타고니스트로 보이도록 노력했다.
-진선규가 휘문고 82학번 출신 스님 이정범으로 나오는데. 왜 휘문고인가.
▶이정범이란 이름은 시나리오를 쓸 때 마침 이정범 감독님에게서 전화가 와서 따왔다. 안 그래도 가르치는 학생들이 자신보고 진선규 닮았다고 한다더라. 휘문고라는 이름은 단숨에 사람들이 알아듣길 바래서 넣은 것이다. 82학번은 대충 나이를 추산해서 넣은 것이고.
-영화 속에서 진선규가 맡은 스님에게 종교문제연구소 권사님이 친밀하게 대하는 모습이 코미디 요소로 나오는데. 너무 나간 건 아닌가.
▶콘티 작가의 아이디어인데 영화가 너무 어두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단 찍었다. 배우들이 좋아하는 장면이고 생각보다 재밌어서 넣었지만 특별한 의도를 넣지는 않았다.
-음악이 좋다. 뉘앙스를 강조하고 내리꽂는 듯 한데.
▶'검은사제들'에 이어 김태성 음악감독님과 같이 작업했다. 기본적으로 김태성 음악감독님이 오타쿠다. 이런 장르에 대한 지식이 엄청나다. 실제로 티베트에 가서 80여명의 승려들을 모아서 음악을 녹음해왔다. 그곳에서 동자승들의 속삭이는 소리, 종소리 등등을 다 녹음해서 담았다.
-금화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금수 금에 보배 화로 지었다. 짐승과 보물. 이다윗이 맡은 요셉 전도사는 우리 교회 전도사님 이름에서 가져왔다. 박 목사 이름은 내 결혼 축가를 맡아주신 목사님 이름에서 가져왔다. 원래 박 목사가 극 중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있었다. 그 노래를 작곡해주셔서 감사의 뜻으로 그 이름을 가져왔다. 그런데 노래 대신 기도로 바꿨다. 시편에서 가져와서 기도로 대체했다.
-예고편이 공개된 뒤 신천지에서 항의를 받아 일부 장면을 재녹음했다. 재녹음해서 없어졌지만 원래 신천지란 대사는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갈라파고스 수용소'라는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썼었다. 영화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고 오해의 여지가 있다면 수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재녹음했다.
-왜 제목이 '사바하'인가.
▶뜻대로 이뤄주소서,라는 뜻과 영화 주제, 불교적인 세계관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차기작도 오컬트인가. 박 목사 시리즈로. '검은사제들' 세계관과 연결시켜 강동원도 등장하는 크로스오버는.
▶박 목사 시리즈는 생각은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검은사제들' 크로스오버도 마찬가지다. 그저 인간과 신에 대한 화두는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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